단문

영사

도영 태용



밤새 개 짖는 소리가 났다. 그 소음의 근원지를 안다. 여기 아파트 너머 주택가에 사는 개다. 쟤는 목청도 안 쉬나, 왜 저렇게 짖어대. 우리 용이는 시끄러우면 잠 못 자는데. 부스스 일어나 옆자리를 살폈다. 이불 속에 파묻힌 새까만 눈이 끔뻑거린다. 새벽 내내 뒤척였나. 보고 있자니 절로 열이 뻗쳤다. 시발 저 개새끼. 울컥한 마음에 욕을 갈겼다. 그랬더니 이태용이 하는 말. 야, 왜 욕하냐? 욕하지 마. 개가 좀 짖을 수도 있지. 

참나. 지 생각해서 대신 화낸 건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개만 싸고돌아. 얄미워서 손목을 콱 비틀었다. 이태용이 까불 때마다 내가 하는 일종의 제압기. 이태용은 내가 비트는 대로 비틀려 주곤 한다. 유연한 몸이라 아프지도 않은가 봐. 하지 마 김도영, 이거 이제 안 통해. 팔 덥석 붙잡혀도 샐샐대는 우리 용이.  

가느다란 팔을 놔 주고 침대까지 늘어진 두꺼운 커튼을 걷었다. 창밖 세상은 새파란 적막. 우리의 하루는 새벽 다섯 시부터 시작된다. 때 이른 생활이 어느덧 삼 년째. 지치고 지겨워도 삶은 계속되어야만 해. 눅눅한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불 속에 폭 파묻힌 이태용을 쿡쿡 찔렀다. 용아. 용아. 왜? 샤워할까 우리. 지금? 응. 귀찮은데. 나 그냥 자면 안 돼? 

그 말 씹고 욕실로 데려갔다. 뭐가 귀찮아. 어차피 내가 다 해 주잖아. 안 해 줘도 된다니까? 아니 그냥 가만 있어. 두손 두발 멀쩡한 애를 굳이 손수 씻겼다. 세차하듯 물 뿌리고 바디샤워 거품을 냈다. 손바닥만 한 욕실 안에 진동하는 장미 향. 비누 거품 뒤집어쓴 꼴이 딱 흰둥이 말티즈. 왠지 이 말티즈한테 못된 짓을 하고 싶어. 거품 쓸어내리는 척 가슴을 문지르면서 물었다. 용아. 용아. 왜 또. 우리 섹스할까. 아침부터? 응. 이럴려고 씻겼지? 응. 진짜 변태야 너는. 

툴툴대면서도 순순히 벽을 짚고 선다. 착하네, 우리 용이. 나는 착하게 못 굴겠지만. 이해해 줄 거지. 망설임 없이 몸 안을 파고들었다. 벽을 짚은 손이 곧 바닥으로 떨어졌다. 몰아치는 힘을 못 버티고 무너져 내린다. 무릎 아플 텐데 괜찮나. 엎어진 몸을 뒤집었다. 아, 이러면 등 배길 텐데. 어쩔 수 없네. 빨리 끝낼게. 상냥한 말투로 실컷 유린했다. 벌게진 시선이 나를 향한다. 아, 씹, 이런 거 좀, 침대에서 하라고… 바짝 깎은 손톱이 내 팔을 파고들었다. 이렇게 굴 때 좋아. 우리 용이.  

한참을 헐떡거리다가 겨우 사정했다. 타일 위로 추욱 늘어지는 몸. 팔꿈치며 무릎이며 죄다 새빨갛게 달아 있었다. 예뻐. 예쁘네. 달래듯 안고 토닥였다. 이태용은 내 가슴을 퍽 친다. 개수작 작작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싫어도 싫은 게 아니란 걸. 그걸 아니까 난 이렇게 구는 거야.

엉망이 된 욕실을 정리하고 이태용을 안아들었다. 이태용은 안겨 가면서도 앓는 소릴 낸다. 김도여어엉. 힘들어어. 뭐가 힘들어, 내가 씻겨 주고 들어다 주고 다 하는데. 형 체력 부족이야. 운동 좀 해. 집에만 있는데 운동을 어떻게 해. 그래서 내가 아침마다 형 운동시켜 주잖아. 뻔뻔하게 궤변을 늘어놨다. 이태용은 어이가 없는 눈치다. 지 꼴려서 하는 거면서 내 핑계 대. 

투덜대는 걸 씹고 마저 자라고 침대에 던져 뒀다. 그랬는데 꾸역꾸역 일어난다. 왜 일어나? 너 아침 먹어야지. 그냥 있어, 힘도 없으면서 무슨 밥을 해. 아 가만 있어 김도영. 내가 말려도 기어코 앞치마 두르고 오첩반상을 차린다. 이태용이 아침마다 꼬박 하는 일이란 바로 이거. 밥 차려 주기. 출근하는 남편한테 밥 안 해주면 세상 두 쪽 나는 줄 아는 현모양처 아내마냥. 참 전근대적인 애정이야. 뭐 나쁘지 않지.  

차려주는 대로 냉큼 받아먹었다. 내가 수저를 놀리는 동안 이태용은 밥에 손도 대지 않는다. 턱 괴고 앉아 내가 먹는 양을 지그시 보기만 한다. 맛있어? 어 맛있네. 칭찬 한번 해주니까 히히 웃는다. 흠. 기왕이면 밥 좀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거기까진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다. 일단 기분은 좋아 보이니까 그걸로 됐다. 기분 좋게 웃던 이태용은 한참 나를 구경하더니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영아. 

응?

오늘 출근 안 하면 안 돼?

어, 안 돼.

뭐야. 왤케 단호해.

형 먹여 살릴려면 출근해야 돼.

하루는 쉬어도 되잖아.

안 돼. 

왜애.

하루만 쉬어도 감당 안 돼. 우리 용이가 좀 많이 먹어? 엄청 먹지.

야. 내가 돼지야?

응. 

…….

귀여운 돼지.

됐어 꺼져.

알았어 꺼질게. 돈 벌러 꺼질 테니까 얌전히 있어.

…….

얌전히 있어야 돼, 어? 밖에 어디 나가지 말구.


집을 나서기 전 내가 반드시 하는 일.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 이태용은 늘상 마뜩잖은 눈치다. 오늘도 입이 부루퉁하다.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잖아, 너. 삐죽 나온 입술을 손으로 튕겼다. 그랬더니 손가락을 칵 깨문다. 아악. 팔자에도 없는 개새끼 키우느라 생고생이지. 볼을 한번 콱 꼬집어 줬다. 아 아 아파! 쨍알대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현관에 앉아 구두를 신었다. 이태용은 옆에서 나 하는 짓을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다. 


들어가서 자.

…….

왜 그래?

진짜 갈 거야?

어, 가야지.

혼자 있는 거 무서운데.

전화할게.

꼭 해.

알았어.

언제 할 거야?

열두 시에.

안 하면 죽어.

네에.

…….

…….

왜 안 가?

뽀뽀.

아, 무슨 뽀뽀야….

해, 빨리.

…….

옳지.

진짜 김도영,

김도영 뭐, 왜.

아냐.

나 간다.

응. 갔다 와.


조금만 기다려. 나 금방 올 거야. 사실 금방은 아니고 열두 시간 있어야 되지만. 그래도 기다릴 수 있지, 용아. 나는 단호히 물었다. 이태용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좋아. 착하네. 나 다녀올게. 조심히 있어.

문간을 서성이는 이태용을 남겨두고 끝내 집을 나섰다. 현관문을 닫으며 생각했다. 으름장은 그만두고 그냥 이 문을 쇠사슬로 묶어 둘까. 아니면 너한테 수갑을 채워 놓든지. 흠. 그건 좀 웃기겠네. 너 수갑 안 차게 하려고 이 고생하는 건데. 




*



스물 여섯 살짜리 개를 키우게 된 경위에 대하여. 


우리는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중고등학교 내내 지겹도록 붙어 다녔다. 눈만 보면 싸웠고 싸운 만큼 친했다. 부랄친구. 그런 싸구려 수식어로 표현 가능한 사이. 참우정. 의형제. 그런 구태의연한 의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사이. 그런 사이가 몸 섞는 사이로 돌변한 건 한순간이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침대에 누운 건 내가 스물, 이태용이 스물한 살일 때. 개만도 못한 첫 섹스를 끝내고 나서 내 감상은 그랬다. 존나 어이없네. 왜 진작 섹스할 생각을 못 했지. 하긴 어린 놈들이 뭘 알겠어. 그때의 이태용과 나는 너무 어렸다. 동물적인 호승심에 취해 있던 시절이었다. 패기. 치기. 가오. 우리 뇌 속엔 그딴 것들밖에 없었다. 계속 그렇게 멍청하게 살 수 있음 좋았겠지.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더 빨리 우리를 두들겨 팼다. 정확히는 이태용을.

이태용은 다소 칠칠맞은 구석이 있다. 그래도 제 앞가림 못 하는 천치는 아니다. 오히려 약삭빠르고 자존심 세고 야망이 큰 성격인데. 야망. 그게 문제였나. 아니, 그보다는 그냥 얼굴이 문제였겠지. 온 사방에 꽃가루를 뿌려대는 장미. 이태용은 그런 인간이다. 그래서 늘상 벌레가 꼬이곤 했다. 그래봤자 대개는 날벌레여서 큰 상관이 없었지만. 딱 한 번 지독한 거머리가 붙은 적이 있다. 

어디 어디 조폭 대가리라던 늙다리 호모. 강남역에서 놀던 이태용한테 건전한 업체 대표인 척 명함을 디밀었다는데. 지금 생각하면 존나 웃기네. 건전은 씨발, 딱 봐도 사짠데 그걸 홀랑 믿어? 그 얘길 처음 들었을 때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당연히 이태용을 신랄하게 깠다. 그랬더니 이태용 왈, 명품 기깔나게 맞춰 입고 구렁이처럼 혓바닥 놀리는데 어떻게 안 넘어가냔다. 개좆같은 소리도 복음처럼 들리더란다. 복음은 지랄. 예수님한테 몽키스패너로 처맞을 소리 하네. 

하여간에 그 가짜 예수는 이태용 구워삶는 데 세 달이나 공을 들였다. 화려한 세계가 어울리는 외모라며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그 화려한 세계란 게 연예계가 아니라 화류계였다는 건 이태용이 추잡스런 밀실로 끌려가고 나서야 안 사실이다. 이태용의 후일담에 따르면 그 새끼는 이태용한테 우선 지 좆부터 박고 나중엔 남의 좆도 박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태용은 늙다리 호모의 노리개로 전락하게 되었냐면, 아니. 말했듯 이태용은 의외로 자기 앞가림을 한다. 생각보다 꽤 잘한다. 상황 판단하는 대가리가 돌아간단 얘기다. 꼼짝 않고 비위 맞추다가 좆 디밀길래 군말 없이 빨아주는 척하고. 그러다 정신 못 차리고 자지러지려고 할 때 좆 물어뜯고 술병으로 대가리 깨고 창문으로 나와 벽 타고 도망쳤단다. 쫄보 주제에 어디서 그런 깡이 나왔냐고 물으니 나 생각하면서 용기 냈대. 참 사랑스러운 용기야. 그 용기의 결과는 결코 사랑스럽지 않았지만. 

살인. 그 늙다리는 회심의 술병 일격에 그대로 뒤졌다고 한다. 조폭 새끼가 깡도 없지. 어쩌면 그냥 자연사할 나이여서 자연사한 거 아닌가. 아니면 복상사일지도. 어쨌거나 이태용과 단 둘이 있던 방에서 늙다리는 죽고 이태용은 사라졌으니 당연히 이태용은 용의자가 됐다. 공권력과 사권력이 동시에 이태용에게 따라붙었다. 이태용은 도망치고 도망쳤다. 지옥에 떨어진 시지포스처럼 끝없이. 그러다 내게로 왔다. 비 오는 새벽에 귀신처럼 찾아와 내게 말했다. 도영아. 미안한데. 나 좀 도와 주라. 나 죽을 것 같아.

처음에 나는 놀랐다. 니가 왜 죽어 이태용.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인데. 그리고 자초지종을 들었다. 듣고 나선 같잖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 사람을 죽여야 살인이지. 짐승 새끼를 죽였는데 살인인가. 도축업자들 다 살인죄로 고소할 건가. 웃겨. 우리 용이는 살인자 아니야. 

그날 이후로 난 이태용의 보호자가 됐다. 나는 이태용에게 약속했다. 용아. 내가 너 지켜줄게. 우리 같이 도망치자. 이 좆같은 세상에서 달아나는 거야. 우리라면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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