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

이형제 (上)

동혁 태용




이태용과 이동혁. 혈연으로 따지면 좆도 없는 남남. 근데 성이 같다고 종종 친형제 취급을 받았다. 태용은 그 무성의한 레퍼토리에 진물난 지 오래였다. 가족은 씨발, 칠백만 이씨들 다 가족이게. 반면 동혁은 천성이 유들했다. 그런 말 들으면 어 맞아요 저희 닮았죵, 이라며 실실댔다. 그리고 돌아서선 그랬다. 저 사람 눈이 없나 봐, 우리 좆도 안 닮았는데 형제래.


확실히 닮진 않았지. 깎은 것처럼 날카롭고 부리부리한 이태용과 까무잡잡하고 눈매가 나른한 이동혁. 둘의 유일한 공통분모란 인생 신조 ‘꼴리는 대로 살자’ 인 반항아 기질. 실은 꽤나 순종적인 면모도 있는 소프트 키드들이었으나 주변 평판은 항상 개망나니 새끼들에 그쳤다. 왜지. 이태용이나 이동혁이나 초중고 루트 착실히 밟은 성실 청년들인데. 와꾸 선입견인가. 뿌리 깊은 편견이다. 둘은 이제 그냥 남들이 오해하게 뒀다. 좆만이보단 개새끼가 낫지, 그렇잖아 형. 동혁의 논조였다.


나이 차이는 다섯. 고교 진학한 이태용이 그 나이대 좆고딩답게 같잖은 일탈을 추구할 무렵 이동혁은 변성기도 안 온 개초딩이었다. 태용이 기억하는 동혁이란 솜털 보송거리는 쬐깐한 오목눈이. 빽빽대고 질질 짜고 때로는 올망거려서 나름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그랬던 새끼가 이젠 밤일을 하러 나가네. 거실에 드러누워 닌텐도 깔짝대던 태용은 새까만 가죽 재킷 걸치고 현관에 선 동혁을 위아래로 훑었다. 현관 앞 거울 보며 머리를 쉼없이 매만지기 바쁜 이동혁. 그러다 넌지시 한마디 던진다.


형 나 오늘 집에 안 들어와용.

존나 발랑 까졌네 이동혁. 외박을 일주일에 세 번씩 하냐?

우웅. 이거 다 형한테 배운 거자너.


이동혁의 당당한 주장. 반박할 수 있나? 아니. 태용은 대가리에 피가 미친 듯이 돌던 수년 전 자신을 상기했다. 난데없는 유흥에 코 꿰여 일주일 내내 집을 비우던 시절. 당시 태용과 동혁은 지금마냥 동거하진 않았다. 그냥 옆집살이. 그러나 그걸로 충분하지. 열일곱 동혁은 스물두 살 태용의 밤일 사정을 꽤나 잘 알았다. 그 사실을 태용도 알았다. 그러니 유구무언. 


동혁은 꿀 먹은 벙어리 된 태용에게 씩 웃었다. 나 갔다오께엥. 폐인처럼 게임만 하지 말구 좀 사람같이 계세요옹.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쿠당탕 닫혔다. 화려한 밤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간 동혁의 빈자리를 보며 태용은 혀를 찼다. 동물 친구들 뽀짝거리는 귀여운 닌텐도가 소파로 가차 없이 던져진다. 아, 우리 집 오늘도 비겠구나. 오늘 쟤랑 나 둘 다 섹스하는 날. 쟤는 박고 나는 박히겠네. 상대는 다르겠지만.







[태용아]

[아줌마야 ^ ^]

[요새 동혁이 잘지내니 ? 연락이 잘 안되서]


네 그럼요, 잘 지내죠. 건강하고 문란하게 잘 크고 있어요. 애가 밤마다 씹 뜨러 다니느라 바쁘더라고요. 라고 꼰지를 순 없겠지. 방금 전까지 네발로 기어 다니던 모텔 침대에 누운 채 태용은 영혼 없이 핸드폰을 두들겼다. 


[동혁이 잘지내고 있어요 좀있으면 기말고사라 정신이없나바요 ㅎㅎ 제가 얘기할께용] 


기말고사는 지랄, 그 새끼 학고나 안 맞으면 다행 아닌가.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인 소울이 뼛속 깊이 스며들어서 근면성실하게 등하교하더니 올해 들어 불현듯 내일 없는 놈처럼 달리기 시작하던 이동혁. 별안간 돌변해버린 스물한 살 대학생을 어쩌지. 한번은 태용이 가오 잡고 동혁을 혼낸 적이 있다. 효과는 좆도 없었다. 동혁은 대가리에 피 덜 마른 티 팍팍 내며 코웃음만 쳤다. 형 걱정이란 걸 하질 마. 나 성실하다니까. 근거 없이 당당한 대답을 내밀었다. 태용은 고개를 갸웃했다. 성실이란 단어 뜻이 나 모르는 새 바뀌었나. 강의 스루 백날천날 하는 주제에 성실을 논하네. 어쨌든 씨알도 안 먹히는 혼내기였으므로 태용은 곧장 포기하고 이동혁의 방관자로 머물렀다. 그래 니 좆대로 살렴. 내 알 바냐. 


[그래~~~ 항상 고마워 동혁이 잘부탁할께 ^ ^] 


흠. 저한테 부탁하시면 안 될 텐데. 아무래도 동혁이 엉덩이가 저 때문에 가벼워진 거 같거든요. 근데 저는 죄 없어요. 나를 반면교사로 삼았어야지 동혁아. 날 롤모델로 삼으면 어떡하냐. 뭐 어쩌겠어, 그건 내 잘못 아니고 니 잘못이지. 어쩌면 그냥 니 본성이었을지도. 아 근데 씨발 오늘 이 새낀 왜 이렇게 섹스를 못하지. 좆같네. 집에나 가야지. 


헐벗고 있던 태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옆에서 가슴 주물럭거리던 서른 둘짜리 증권맨이 푸드득 놀란다. 왜, 왜? 버벅대며 묻는다. 왜긴, 너 너무 좆같아서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런할려고 그런다 새끼야. 라는 속내를 꾹꾹 눌러가며 태용이 웃었다. 할 거 다 했잖아. 갈래. 진심보다 두 배는 더 얄쌍하고 새침한 목소리와 태도로 나오는 말에 태용은 자괴했다. 아 방금 컨셉질 지렸다. 우웩.








새벽 두 시를 넘겨 태용이 귀가했을 때 집안은 예상치 못하게 환했다. 동혁이 집에 있었다. 한밤중에 더위를 탔는지 옷을 죄 벗어던진 채 손바닥만 한 브리프 차림으로 거실에 드러누웠다. 태용의 시선이 슬쩍 흔들린다. 갈색. 온통 갈색. 단단하게 마른 몸. 능숙하게 시선을 거뒀다. 동혁은 태용이 오거나 말거나 눈 감고 선풍기 바람이나 쐬기 바빴다.


뭐야 이동혁. 오늘 집 안 온다매.

아아, 술자리 분위기가 구려서. 걍 왔어.

그런 날도 있냐?

그르게. 그런 날이 있네. 내 생일이라고 모여놓고 씨발 지들끼리 싸워대잖아.

아. 생일?

…형은 사람이 참 기억력이 좋아. 금붕어보다 살짝 더 좋은 거 같애. 대단하다 진짜루. 내 생일 언제 외워?


태용은 핸드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6월 6일 오전 2시 21분. 스크린에 뜬 스케줄 알람. 이동혁 생일. 깜빡했네. 태용이 혀를 낼름 내밀었다. 동혁은 기대도 안 했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다 문득. 동혁의 눈이 희번득 떠졌다. 


형은 어디 갔다 와?

나? ……그냥 좀.

그냥 좀 뭐?

아 뭘 물어봐 새끼야. 걍 나갔다 왔다. 왜.

어어엉. 모텔?

이동혁. 기어오르지 또.

아 남자끼리 이런 토크 좀 하자 쫌.

니가 남자야? 걍 애기지.

뭔 애기야. 스물한 살인데. 언제까지 나 애기 취급할 거야 대체.


태용을 향하는 말끝이 날카롭게 선다. 동혁은 때때로 예민했다. 예민한 때가 언젠지는 종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예민한 촉이 설 땐 언제나 티가 명백히 났다. 지금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눈, 다물린 입. 태용은 그런 동혁을 없는 취급하며 땀에 절은 옷을 벗어던졌다. 선풍기 앞에 대자로 뻗은 동혁을 발로 툭툭 밀고 자리를 독차지했다. 덜덜 돌아가는 고물 선풍기. 낡은 바람. 바람에 퍼지는 체취와 냄새. 후욱, 숨을 들이쉬는 소리. 그건 동혁의 코에서 났다.


형은 근데. 


선풍기 모터 소음에 목소리가 섞였다. 동혁이었다. 답잖게 조용하고 나지막하고 천천한 말투였다. 무슨 일이지. 태용은 그리 개의치 않으며 바람이나 마저 쐬었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고.


왜 나갔다 오면 몸에서 여자 화장품 냄새 말고 아저씨 스킨 냄새가 나?


아.

공기가 일순 첨예해진다. 


모텔 좋은 데 좀 가, 뭐 얼마나 구린 델 다니는 거야.


돈 없으면 말해. 내가 줄게. 동혁이 웃었다. 사뭇 장난스럽게. 장난인가. 장난치곤 묘하고 집요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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